루저같은 기분

Posted by on Jun 1, 2017 in Today story | No Comments

오늘 하루를 위한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아침 운동이 끝나고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헤드폰을 귀에 걸쳐 누군가의 간섭도 배제 하겠다는 강한 의지. 그 의지에 힘입어 최선을 다해 일에 집중할 것이며, 그 결과 저녁 6시에는 산뜻하게 손을 털며 친구가 예약해 놓은 양고기 식당으로 지하철을 타고 간다는 것. 지글지글 양고기를 먹으며 소주를 마실까 칭따오를 마실까 하는 야물딱진 고민까지 하면서 하루를 맞이했다.

이러한 철저한 계획을 다짐하듯 세울때는 그 철저함 뒤에 숨겨진 불안한 복선(伏線)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오전 내내 나의 일도 아닌 일로 시달리느라 영혼이 소진되어 버렸고,  오후면 재료를 들도 들어와줘야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일로 저녁 8시가 넘어서나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을때는 이미 복선을 넘어 팩트와 같은 검은 그림자가 확연하게 드리워진 후 였다.  빨리 약속을 취소해야 했음에도 약속을 뒤집었던 많은 전과가 너무 찔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약속시간에 도달했고, 나는 종국엔 또 미안하다는 메세지를 보냈으며 여지없이 실없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No라는 대답을 못해 속만 앓다가 다음에 또다시 No라고 말을 못해 곱배기 속앓이가 반복되거나
No라고 뚜렷하게 말하는 사람의 지나친 자존감에 불공평함을 느끼는 루저같은 소심함이 반복되는 경우는
꼭 함께 발생하고 씨너지를 내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나는 지금 이로인해 엄청 지쳤고,
서운해하는 친구들때문에 너무 슬프다.

미안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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