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SizeRender 3

오늘도 아침을 짓는다.
옛날 옛날 어렸을적, 이른 아침 딸가닥 딸가닥 식기 부딪히는 소리에 잠이 깰때마다 잠도 없는 엄마가 신기하고 의아했다. 13살 17살 두 남매를 혼자 키우던 젊은 엄마를 측은해 하기에 우린 너무 어렸다. 엄마의 밥은 무조건적 이치라 여겨졌고, 박복한 업보를 털기위해 엄마는 덕을 짓듯 밥을 지었으며, 우리는 잘도 받아 먹으며 살았다.

밥을 지어 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다.
사춘기 민감한 현우도 직접 지은 따뜻한 음식을 먹을때 만큼은 달콤한 아들녀석일 뿐이다. 마치 엄마의 사랑을 먹는것처럼.

나는 엄마가 떠난 후 철이 들었다. 내 아이를 먹이며 날마다 조금씩 철이든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 있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

IMG_8739

4번째 맞은 엄마의 기일.
죽음을 선고 받은 후 쿨하게 삶을 정리하고 손바닥 털며 멀리 떠난 엄마의 죽음은, 마음이 무겁다거나 시리도록 안타깝다거나 후회스럽다거나 하는 마음과 거리가 멀다.
‘너도 죽어봐 별거 아니야’ 라는 컨셉으로 우리 가족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남은 시간 사랑을 확인하기로 했다. 엄마가 아팠던 2년 내생에 가장 진한 사랑을 엄마와 나누었다.

엄마의 기일 우리는 상을 차리지 않는다. 가장 예쁜 꽃을 사서 납골당을 방문하고, 조잘조잘 엄마 사진앞에서 수다를 떨거나 가족의 흉을 보고, 농담도 하고 히히덕 거리기도 하다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가장 맛있을 레스토랑으로 후다닥 옮긴 후, 도대체 왜 모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웃으며 수다를 떨다가, 종종 엄마이야기를 하다가, 또 일상의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하며 커다란 목소리로 식당을 장악한다.

내 과거의 기억이 촘촘히 얽혀있는 이사람들과 엄마의 기억을 꺼내어 공유할때마다 왜 가족이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느낀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