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바빴던 6월의 행로는 모두  7월을 위한 준비였다.
정녕 오긴 올까 싶었던, 정작 올까봐 두려웠던, 어쨌거나 빨리 지나가버리기를 간절히 바랬던 7월.
몇날을 고민하고 밤새워 제출했던 작품제안의 최종 프리젠테이션이 있던 7월.
미숙함에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기쁨도 주었던 UNFOLLOW Festival이 있던 7월…

 

1st July 2019 / 09.41AM 

이틀 뒤에 있을 제안 프리젠테이션이 은근 부담된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 앞에서 작품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는지 무지한 상태였던지라 괜히 마음이 콩닥콩닥 뛰기 일쑤다.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작가의 직감을 구구절절 입술 틈으로 내뱉는다는  게 쉽지 않다.
이럴수록 잘 먹어야 한다는 옛사람 같은 생각. 그래, 잘 먹어야 한다!
별로 잘 차린 것도 아니지만 아침부터 여하튼 푸짐히 먹었다.

 

1st July 2019 / 18.32PM 

머리속의 아이디어가 종이에 그려지고, 스크린 안에서 다시 그려지며 움직이다가 물성을 띈 형태로 구체화되는 모든 과정은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이것이 종국에 작품으로 구현될때는 작가도 관객만큼 흥분하며 신기해한다. 그럼에도 이 목업을 프리젠테이션에 가지고 갈것인가를 전략적 차원에서 제법 길게 고민했다. 결국은 가지고 가기로 한다.

 

 

2nd July 2019 / 06.59AM

이 와중에 새벽 달리기. 바쁠수록 원래 안 해도 되는 일이 격하게 하고 싶은 법… – -;

 

 

3rd July 2019 / 17.44PM 

드디어 제안 PT 날. 우리는 침착하게 최선을 다했고, 우리는 끝나자마자 같은 빌딩 지하에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수고했다고 서로 토닥거리면서…


 

4th July 2019 / 11.19AM

페스티벌 밴드 도착.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진짜 곧 시작이구나. 죽이되던 밥이되던 이틀만 견디면 드디어 실체를 보겠구나. UNFOLLOW  너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래킬것이냐!  검은색으로할까 흰색으로할까 고민하다가 결국엔 검정색이 기일안에 불가능하다고해서 허무하게 흰색으로 결정. 윤아의 꼼꼼함이 돋보였던 프로젝트.

 

5th July 2019 / all day long

아티스트들 도착. 나는 하루종일 세 번 왕복으로 공항과 호텔로 뛰어다닌다. 그 사이 안양까지 가서 믹서를 빌려오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내일이 D-day이니 다들 venue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설치하고 있겠지. 새벽 6시에 나와서 새벽 1시에 집에 들어갈 때에는 목소리가 허스키해지더니 입에서는 군내까지 나더라.

 

 

6th July 2019 / UNFOLLOW FESTIVAL Day 1

엄청났던 날. 무지하게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고 흘렀던 날. 다들 대단하다 못해 존경스러웠던 날.
무슨 상황이든 양면의 현상이 공존하는 한다. 화려한 무대와 뒷치닥거리의 백스테이지, 뜨거운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관객과 지친 스탭들. 일을 이뤘다는 뿌듯함과 무엇을 위함인가 하는 허무함…
인생은 매번 즐거움과 고통스러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앙큼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엄청났던 날.
https://www.instagram.com/unfollowfestival/

 

 

7th July / 16.02PM

언팔로우 살롱 프로젝트. Remi의 재발견. 무엇이든 단 한번의 경험을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8th July / 16:15PM

가슴과 머리를 후려치고 지나간 페스티벌의 다음 날. 우리는 이태원을 찾는다. 한적한 곳으로 바람을 쐬러갈까 하다가 무언가 쉽게 먹고 쉽게 걷고 쉽게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차를 몬다. 무엇인가 잃어버렸는데 잃은게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은 묵직한 안개를 마음에 깔고 길을 걷가가 건널목 땅바닥에 붙은 메모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

 

10th, 11th July 

사진이 없다. 페스티벌을 끝내고 이틀을 쉰 후 다시 모인 우리는 정산을 하고, 사진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윤아는 조금 쉬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소영이는 자기에게 몰두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두 사람 모두 같은 말을 달리 표현한다.
보석과 같은 소영과 윤아가 충분히 시간을 갖을 수 있도록 해주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엘리엇과 나는 우리가 시간 말고 (돈은 없으니..) 무엇을 더 채워줄 수 있을까 곰곰히 의논했던 시간들.
스튜디오에 또 다시 엘리엇과 나만 남았다.

 

12th July / 13.01PM

이걸 우리가 다 마셨다고?? 그랬나 보다… 이렇게 빈 맥주통을 돌려보내고…

 

 

12th July / 18.32PM

뜻하지 않게도…이렇게 다시 채워지는구나…  전생에 내가 혹시 나라를 구했나…
나의 은인 김대표님은 와인이 떨어질 만하면 꼭 보내주신다. 김 대표님 감사해요. 저는 커피를 보내드리지요.

 

 

13th July / 08.38

달리기

 

 

14th July / 17.32

잠시 바다를 보고 싶다고 그가 말한다. 일요일까지 꼭 일을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어 그러자 한다. 어느 바다를 갈까 하다가 예전에 가봤던 교동도가 생각나서 무작정 길을 나섰다. 두 사람 모두 별 말 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마음에서 묘한 평화가 일었다.

 

 

15th July / 07.18AM

어떻게 18층 까지 올라왔지? 언제 부터 저기 붙어 있었지? 안녕? 내가 간밤에 잠을 설친 이유가 너 때문인거야?

 

 

17th July / 10.06AM

 

 

18th July / All day long at 글로벌개발자포럼

글로벌개발자포럼에서 강연을 했다. 좋은 연사들이 참여하기에 이래저래 스케쥴을 정리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강연을 준비했다. 준비한 노고와 땀, 스트레스야 마땅히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게 있어서 몇자 적으려한다. 정부 기관에서 하는 행사를 참여하다 보면 매번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행사 주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의 선택과 진행 방식이라던지, 그 주제를 논하고 이끄는 전문가와 관객들이 만드는 다양한 결과 보다는,  길이 남아 업적의 증거자료가 될 사진과 비디오를 위한 바탕 작업에 훨씬 공을 들인다던지, 우리가 세팅만 해놓으면 관객이야 알아서 찾아오겠지 하는 순진한 홍보전략 등을 보면.. 조금 심하게 말해서 내주머니에서 나온 내 돈 100퍼센터 들여서 만드는 행사라면 진짜 저렇게 만들까 싶은 의문이 든다.

 

 

20th July / Saturday 17.50PM

재미있을 줄 알았지 뭐야…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잠이 든 현우를 나는 깨울 수 없었다. 나도 간신히 버티며 봤거든…

 

21st July 2019 / Sunday 10.02AM

Running … 5km.

 

 

23rd July 2019 / Tuesday 

18년만에 동경에서 다시 만난 칸키. 사람이 사람을 알고 오랜 세월 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신비롭고 또 고마운 일이다. 2001년의 칸키와 2019년의 칸키.

 

 

24th July 2019 / Wednesday 

Mori Art Museum의 전시는 편차가 크다.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니 나름 큰 고충이 있겠다고 짐작은 하지만, 이번 Shiota Chiharu의 전시는 너무 공들인 흔적이 없어 보인다. 대충해도 인스타에 올릴 훌륭한 사진 정도는 나온다는 안도감으로 정말 대충 전시를 기획한듯 하다. 정말 내가 지금 동경에 있는 주요 이유는 이 전시를 보기 위함이였는데 말이다…

Siegfried
Model 1:50, 2017/2019, Thread sand, foamboard, doll maquette
Courtesy : Theatre Kiel,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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